프레디의 피자가게 2 (팬서비스, 점프스케어, 3막 결말)
1편을 옹호했던 찐팬으로서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저는 평단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1편을 꽤 재미있게 봤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번 2편 개봉 소식을 듣자마자 극장 구석 명당 자리를 예매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달려갔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설렘은 영화가 끝나는 순간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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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영화 프레디의 피자가게2 공식 포스터 |
팬서비스에 묻힌 이야기
영화가 시작되고 마이크(조시 허처슨)와 여동생 애비(파이퍼 루비오)가 윌리엄 애프튼의 오래된 매장 문을 다시 열었을 때, 저는 아직 기대를 품고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꽤 쫄깃했거든요. 애프튼에게 희생된 아이들의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로봇 인형들, 그리고 이번 편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마리오네트'라는 악역.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한숨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는 원작 게임의 팬서비스(fan service), 즉 기존 팬들을 겨냥해 익숙한 요소를 그대로 재현하는 방식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팬서비스란 원작 팬에게 만족감을 주는 장치인데, 문제는 그게 이야기를 이끄는 핵심처럼 취급될 때입니다. 빨간 버튼, 초록 버튼, 벌룬 보이 같은 게임 속 요소들이 줄줄이 등장했지만, 그 어느 것도 영화의 서사를 앞으로 밀어주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는데, 이스터 에그(easter egg), 즉 원작 팬만 알아볼 수 있는 숨겨진 참조 요소들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통에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이 자꾸 끊기는 느낌이었습니다. 딱 한 번 피식 웃음이 나온 장면이 있었는데, 조시 허처슨이 굴러다니는 프레디 얼굴 가면을 집어 들더니 "이걸로 위장이 될 리 없잖아"라고 비웃다가 실제로 그게 효과를 발휘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장면만큼은 자기 비하적인 유머가 살아있었어요. 하지만 영화 전체를 통틀어 그런 순간은 딱 거기 하나였습니다.
1편이 '움직임이 거의 없는 게임 플레이'라는 원작의 특성을 영화적 언어로 재해석하며 장편 서사로 확장했다면, 이번 2편은 그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습니다. 게임과 영화는 근본적으로 다른 매체입니다.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의 직접 조작이 서사의 빈틈을 채워주지만, 영화는 그 빈틈을 극본과 연출이 메워야 합니다. 이번 각본을 단독으로 맡은 스콧 코슨은 그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점프스케어 하나로 버티는 공포
헨슨 크리처 숍이 제작한 로봇 인형들의 완성도는 솔직히 인정합니다. 제가 직접 스크린에서 확인했는데, 매끄럽고 금속성 느낌이 강한 '토이' 버전 캐릭터들, 고철 더미처럼 기괴하게 분해된 모습의 '맹글', 그리고 가늘고 긴 팔다리가 흐느적거리는 '마리오네트'의 실물 특수효과는 분명히 눈길을 끌었습니다. 애니매트로닉스(animatronics), 즉 정교하게 제어되는 기계 인형 기술은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흔들리지 않는 강점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그 섬뜩한 마리오네트를 두고 감독이 선택한 공포 연출은 거의 전적으로 점프스케어(jump scare)에 의존했습니다. 점프스케어란 갑작스러운 소리나 이미지로 관객을 순간적으로 놀라게 하는 기법인데, 이게 반복되면 관객의 뇌가 패턴을 학습해 버립니다. 중반부가 지나자 저는 팝콘을 씹으면서 하품까지 나왔습니다. 타이밍이 너무 뻔하게 읽혔거든요.
공포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린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긴장감을 쌓아야 할 중요한 장면들이 대부분 화면 밖에서 처리됩니다. 직접 보여주지 않으니 공포가 쌓이지 않습니다.
- 점프스케어가 불필요할 정도로 반복되면서 패턴이 노출됩니다. 세 번째부터는 어느 타이밍에 나올지 예측이 가능했습니다.
- 악령이 몸을 빙의할 때마다 기괴한 SNS 필터 같은 시각 효과가 덧씌워지는데, 이 연출이 오히려 공포의 밀도를 희석시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청소년 관람가 공포 영화가 빠지기 쉬운 가장 흔한 함정입니다. IGN의 공식 리뷰에서도 같은 지적이 나왔는데, 저도 극장에서 앉아 있으면서 정확히 그 부분에서 계속 벽을 느꼈습니다. '인시디어스'나 '스케어리 스토리' 같은 동급 청소년 관람가 공포 영화들과 비교하면 완성도 차이가 꽤 크게 느껴졌습니다.
3막 결말이 남긴 허탈함
사실 점프스케어 문제는 어느 정도 참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말에서 진짜 실망이 터졌습니다. 영화의 3막(third act), 즉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해소되는 마지막 단계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수준이었습니다. 3막이란 관객이 극장을 나서면서 뭔가를 느끼고 돌아가게 만드는 구간인데, 이 영화의 결말은 그냥 전원 코드를 확 뽑아버린 것처럼 황당하게 끝났습니다.
마리오네트는 이야기 내내 충분히 무섭고 복잡한 캐릭터로 소개됩니다. 윌리엄 애프튼에게 희생된 아이 샬롯의 영혼이 깃든 채 복수심을 품고 깨어난 존재라는 설정은 감정적으로도 충분히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 설정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다음 편으로 미뤄버립니다. 클리프행어(cliffhanger), 즉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남기는 열린 결말 기법인데, 문제는 이게 제대로 된 이야기의 마무리 없이 그냥 미완성 상태로 떠넘기는 방식으로 쓰였다는 점입니다.
배우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조시 허처슨이 연기한 마이크는 영화 내내 뚜렷한 목적 없이 스크린 안을 방황하다가 필요할 때만 쓱 등장했습니다. 엘리자베스 라일이 연기한 바네사의 딸은 공황 상태에서 스피닝 수업 친구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을 진지하게 연기하는데, 솔직히 그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스키트 울리치, 맥케나 그레이스 같은 배우들도 훨씬 더 좋은 역할을 받을 자격이 있었는데 아쉬웠습니다.
제가 다 보고 나오면서 머릿속에 든 생각은 딱 하나였습니다. "그냥 1편의 추억으로 남겨둘걸." 코슨이 단독으로 각본을 맡으면서 공동 집필 체제의 균형이 사라졌고, 그 빈자리가 고스란히 화면에 드러났습니다. 게임 시리즈 특유의 뒤엉킨 설정을 영화라는 매체에 맞게 걸러내는 역할을 해줄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로튼 토마토의 집계에서도 이번 편의 평가가 전작보다 낮게 나오고 있는데, 제 체감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결국 이 영화는 뛰어난 애니매트로닉스 하나를 제외하면 공포 영화로서도, 게임 원작 영화로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미 예매를 마친 분이라면 로봇 인형들의 완성도만큼은 스크린으로 즐기시길 권합니다. 다만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1편을 먼저 보시는 게 낫고, 이번 2편은 시리즈 팬이라면 한 번쯤 확인하는 정도로만 기대치를 조정해 두시는 편이 실망을 줄이는 방법일 것 같습니다.
--- 참고: https://kr.ign.com/five-nights-at-freddys-2/14097/review/peurediyi-pijagage-2-rib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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