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탄 사나이 리뷰 (캐스팅, 슬랩스틱, 극장코미디)

 

요즘 극장에 가면 맨날 히어로 영화 아니면 눈물 짜내는 드라마뿐이라 솔직히 좀 지쳐 있었습니다. 그러다 주말에 친구들이랑 어쩌다 고른 영화가 '총알 탄 사나이'였는데, 85분 내내 팝콘을 손에 쥔 채 낄낄거렸습니다. 2025년 극장가에서 이런 순도 100%의 바보 코미디를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안고 있는 공식 포스터 사진
영화 총알 탄 사나이 공식포스터

리암 니슨 캐스팅, 이게 왜 웃긴지 알아야 진짜 재밌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리암 니슨입니다. 그런데 그가 맡은 캐릭터의 이름은 프랭크 드레빈 주니어입니다. 원작 '폴리스 스쿼드!'(1982)에서는 레슬리 닐슨이라는 배우가 프랭크 드레빈 역을 맡아 세 편의 극장판까지 이어갔는데, 이번 리부트에서는 그 아들 세대의 이야기로 넘어왔습니다. 리부트(Reboot)란 기존 시리즈의 설정을 초기화하거나 재구성해서 새로 출발하는 방식을 말하는데, 이 영화는 완전한 초기화보다는 세대 교체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리암 니슨이냐고요? 제가 직접 보고 나서야 이해했는데, 이유가 진짜 황당합니다. 레슬리 '닐슨(Nielsen)'과 리암 '니슨(Neeson)'의 이름 발음이 약간 비슷하다는 게 이유의 전부입니다. 감독이 약을 빤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의 논리인데, 영화 전체의 태도가 딱 그 수준을 유지합니다.

리암 니슨의 무게감은 사실 다루기 까다로운 자산입니다. '쉰들러 리스트'의 오스카 후보 배우에서 '테이큰' 시리즈의 진지한 액션 히어로까지, 그는 근엄함 자체가 브랜드인 배우입니다. 그 얼굴로 화장실 참는 연기를 하고, DVR 매너에 분노를 토로하는 장면은 그 격차 자체가 개그입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액션 시퀀스로 넘어가면 그 근엄함이 코미디 흐름을 살짝 끊는 느낌도 있었습니다. 원작의 닐슨이 보여준 뻔뻔하고 과장된 얼굴 연기 대신, 니슨은 진지함을 그대로 유지하거든요. 그래서 웃음의 강도가 상황에 따라 들쭉날쭉한 편입니다.

슬랩스틱 코미디의 타율, 숫자로 따지면 꽤 높다

슬랩스틱(Slapstick)은 신체적 과장 행동이나 황당한 상황을 이용한 코미디 기법입니다.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 시대부터 이어진 형식인데, 현대 관객에게 먹히려면 단순히 허접하게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무서운 영화' 이후 우후죽순 쏟아졌던 장르 패러디들이 대부분 처참하게 실패한 게 그 증거입니다.

이 영화의 감독 아키바 쉐퍼는 '더 론리 아일랜드' 출신으로, '팝스타: 네버 스탑 네버 스토핑'을 연출한 인물입니다. 그가 원작에서 가장 크게 바꾼 건 시각적 연출입니다. 원작의 납작하고 과도하게 밝은 TV 스타일 조명 대신, 카메라가 인물 주위를 활발하게 돌며 마치 진지한 액션 영화처럼 화면을 구성합니다. 연출이 진지할수록 화면 속 바보 같은 상황이 더 돋보이는 대비 효과가 생기는 건데, 제가 직접 보니 이게 실제로 꽤 효과적이었습니다.

유머의 종류도 다양합니다. 크게 분류하면 이렇습니다.

  1. 언어 유희형 말장난: "담배 피우냐(Smoke?)" "네, 피워요(Yes, I do)" 식의 뜬금없는 문답. 극장에서 처음엔 '저게 뭐야' 싶다가 나중엔 중독됩니다.
  2. 시각 개그: 화면 구석에 흘러가는 가짜 기업 로고와 엉뚱한 슬로건들. 앉아서 다 잡아내기가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3. 메타 유머: 영화 속 종말을 막는 장치 이름이 대놓고 'P.L.O.T. 디바이스'입니다. 플롯 장치(Plot Device)란 이야기를 억지로 진행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서사 도구를 뜻하는데, 그걸 실제 소품 이름으로 써버린 겁니다. 너무 뻔뻔해서 오히려 웃깁니다.
  4. 신체 개그: 진지한 격투 중에 갑자기 상대 팔을 뽑아 쌍절곤처럼 휘두르는 장면, 이후 번호표를 뽑고 줄 서는 악당들 같은 과장된 설정.

빌런인 테크 재벌 리처드 케인(대니 휴스턴)의 설정이나 2004년 슈퍼볼 같은 레퍼런스는 살짝 낡은 느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아마도 2010년대 초반에 쓰인 각본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비율이 전체 개그 양에 비하면 크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히트 비율이 미스 비율을 압도적으로 웃돌았습니다.

극장 코미디가 사라진 시대에 이 영화가 중요한 이유

파멜라 앤더슨이 나오는 장면과 리암 니슨의 엉덩이가 스크린 가득 차오르는 장면에서 극장 전체가 동시에 소리를 질렀습니다. 제가 직접 그 자리에 있었는데, 그 집단적인 웃음의 에너지는 방구석에서 스마트폰으로 혼자 보는 것과 차원이 다릅니다. 옆에 앉은 친구는 팝콘을 코로 내뿜을 뻔했다고 했습니다.

이게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데이터로도 확인되는 흐름입니다. 박스오피스 모조(Box Office Mojo)에 따르면 2010년대 이후 스튜디오 순수 코미디 영화의 제작 편수와 극장 개봉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습니다. OTT 플랫폼(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해 영상을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이 커지면서 코미디는 극장보다 소파 위에서 소비되는 장르로 밀려났습니다.

그 맥락에서 이 영화를 보면 의미가 조금 달라집니다. 1988년 원작의 뼈대를 그대로 가져온 구식 패러디 코미디가, 2025년 극장에서 관객을 웃기는 데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증거입니다. 로튼 토마토(Rotten Tomatoes)에서 비평가와 관객 양쪽의 반응을 확인해보면, 이 영화가 단순히 '추억팔이'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게 보입니다.

ZAZ(주커-에이브러햄-주커)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원작 '폴리스 스쿼드!'와 '에어플레인!'을 만든 데이비드 주커, 제리 주커, 짐 에이브러햄 세 사람의 이니셜을 딴 팀 이름입니다. 패러디 영화 장르를 사실상 정의한 사람들인데, 쉐퍼는 그 공식을 계승하면서도 시각적 감각을 한 단계 올려놓았습니다. 단순히 ZAZ의 그늘에 기댄 게 아니라, 현대 관객의 눈높이에 맞게 업그레이드했다는 점에서 제 경험상 이건 꽤 의미 있는 시도로 보입니다.

시험이 끝나고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극장에서 이렇게 시원하게 웃어본 게 올해 들어 처음이었습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쳐서 탄산수 한 캔 꺼내 마시듯 뻥 뚫리고 싶다면 이 영화가 그 역할을 충분히 합니다. 명작이라 부르기는 어렵지만, 2025년 극장에서 이 정도 유머 타율의 코미디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극장에 갈 이유가 됩니다. 나중에 OTT로 나오면 정지화면 캡처하며 배경 개그까지 전부 잡아낼 생각인데, 그 전에 극장에서 먼저 보는 게 훨씬 낫습니다. 같이 웃어줄 사람이 곁에 있을 때의 영화는, 역시 다릅니다.

--- 참고: https://kr.ign.com/the-naked-gun/13602/review/congal-tan-sanai-rib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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