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언즈 & 몬스터즈 (반전, 올드할리우드, 몬스터)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동생 손에 반강제로 끌려가서 이 영화를 봤습니다. 슈퍼배드 프랜차이즈의 일곱 번째 작품이라는 타이틀을 보는 순간, 이미 하품부터 나올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극장에서 나오는 길에 동생보다 제가 더 흥분해 있었습니다. 미니언즈 & 몬스터즈, 예상을 완전히 빗나간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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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니메이션 영화 미니언즈 몬스터즈 공식포스터 |
억지로 앉은 극장 의자에서 생긴 일
지난 주말, 날씨가 너무 더워서 에어컨이라도 쐬자는 마음으로 초등학생 동생과 함께 집 앞 극장을 찾았습니다. 동생이 며칠째 미니언즈 새 영화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저는 "그거 애들 거 아니야"라고 넘겼는데, 결국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선 거였습니다. 중학생 되고 나서 이런 노란 캐릭터 만화나 보고 있어야 하나, 속으로 살짝 창피하기도 했습니다.
자리에 앉아서도 팝콘이나 먹으면서 스마트폰이나 만지다 나오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하는 순간, 제가 틀렸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오프닝에서 현재의 유니버설 픽처스 로고가 점점 과거 형태로 되감기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 전 영화관에 앉아 있는 느낌을 줬거든요. 뭔가 이번엔 다르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이번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20년대 로스앤젤레스입니다. 그루를 만나기 훨씬 이전, 우리가 알던 미니언들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무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스핀오프(원작에서 파생된 외전 작품)의 또 다른 스핀오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설정 자체가 시리즈 팬이라면 꽤 신선하게 느껴질 겁니다.
반전의 핵심, 올드 할리우드 오마주
이 영화가 단순한 속편과 다른 이유는 주제 의식에 있습니다. 미니언즈 & 몬스터즈는 영화 만들기의 즐거움, 그러니까 시네마토그래피(촬영 기법과 영상 미학을 다루는 영화 제작의 핵심 요소)와 스토리텔링이 가진 힘에 대한 일종의 헌사입니다. 미니언즈 만화에서 이런 주제를 꺼낼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 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제임스'라는 미니언이 있습니다. 얘는 다른 미니언들처럼 나쁜 보스를 찾아 헤매는 것보다, 자신이 겪은 모험을 그림으로 기록하고 영화로 담아내는 데 훨씬 더 열정을 쏟는 예술가 기질의 캐릭터입니다. 이 설정 덕분에 영화는 단순한 개그 모음집을 넘어서 뚜렷한 이야기 축을 갖게 됩니다.
슬랩스틱(과장된 몸개그 중심의 코미디 장르)은 여전히 건재하지만, 이번 작품에는 어른 관객을 위한 레퍼런스가 유독 두껍게 쌓여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재현된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이 깜짝 등장하고, 카사블랑카나 시민 케인 같은 고전 명작들을 직접 인용하는 장면도 나옵니다. 제가 직접 보면서도 몇몇 오마주는 그 자리에서 바로 알아챘을 정도였습니다.
무성 영화(소리 없이 영상과 자막 카드만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던 초기 영화 형식)에서 유성 영화로 넘어가는 역사적 전환점도 플롯의 중요한 축이 됩니다. 미니언들은 '미니언어'라는 알아듣기 어려운 언어를 쓰기 때문에 유성 영화 시대가 오자 배우로서 위기를 맞습니다. 이 설정이 영화 역사와 절묘하게 맞물리는 부분은 제 경험상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래는 성인 관객이라면 특히 눈여겨볼 만한 오마주 포인트들입니다.
- 오프닝 로고 시퀀스: 유니버설 픽처스의 현재 로고가 과거 형태로 역주행하며 영화사에 경의를 표합니다.
-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 카메오: 무성 영화 시대를 대표하는 두 코미디언이 애니메이션으로 재등장합니다.
- 카사블랑카, 시민 케인 인용: 직접적인 장면 패러디로 영화 역사를 향한 애정을 드러냅니다.
- 도트 캐릭터: 1951년 SF 고전 지구가 정지하는 날의 고트 로봇을 대놓고 오마주한 설정입니다.
미니언즈가 할리우드 대스타로 떠오르는 과정은 탄탄하게 그려지고, 자신들의 프랜차이즈 성공을 스스로 비꼬는 메타 개그도 섞여 있어서 웃음 포인트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집니다. 초기 할리우드의 야외 세트장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은 특히 볼수록 디테일이 살아 있었습니다. 영화사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에서 무성 영화 시대 관련 아카이브 자료도 찾아보시면 이 영화를 더 재밌게 즐길 수 있습니다.
몬스터가 등장하면 어떻게 될까
제목에 '몬스터즈'가 붙어 있으니 괴물이 안 나오면 이상하겠죠. 후반부로 가면 미니언 중 한 명이 우연히 주문서를 사용해 고대 괴물들을 소환하고, 이 괴물들을 자신이 만드는 영화에 출연시키려 합니다. 예상대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갑니다.
솔직히 초반 할리우드 세트장 이야기가 너무 재밌었던 터라, 몬스터 파트로 넘어갈 때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전반부의 밀도가 높았던 만큼 상대적으로 헐겁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거든요. 그래도 몬스터 파트가 아예 재미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가장 시선을 사로잡은 건 아이린이라는 캐릭터였습니다. 눈이 여러 개 달린 주황색 슬라임 괴물인데, 1920년대 로스앤젤레스 번화가를 기어 다니는 비주얼이 무척 몽환적이었습니다. 징그럽기보다는 오히려 초현실주의 회화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미니언들이 아이린에게 통째로 잡아먹힌 뒤 뱃속에서 온갖 잡동사니들과 함께 둥둥 떠다니는 장면은, 제가 직접 봤는데 저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뜰 정도로 화면이 화려했습니다.
구미라는 크툴루(H.P.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서 유래한 거대 우주 괴물 신화 속 존재) 스타일의 캐릭터도 인상적입니다. 말주변이 좋고 쫑알쫑알 떠들어대는 이 작은 괴물이 등장할 때마다 극장 안이 다 같이 빵 터졌습니다. 목소리 연기가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집에 와서 찾아봤더니, 다른 만화에서도 유명했던 성우가 맡은 역할이더군요. 확실히 캐스팅 하나가 캐릭터의 웃음 포인트를 몇 배로 키워준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서브 플롯으로는 우주에서 온 로봇이라고 우기는 도트와 여성 참정권 운동가 데비의 로맨스 라인도 끼어들어오는데, 솔직히 처음엔 "이게 뭔 뚱딴지같은 이야기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도 안 되는 요소들을 미니언즈 특유의 개그로 버무려서 끝까지 지루하지 않게 이어가는 게 이 영화의 진짜 묘미입니다. 메가박스 공식 사이트에서 현재 상영 시간표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유치하다고 미뤘다면 지금 당장 극장으로
이 영화의 가장 큰 성취는 아이와 어른이 완전히 다른 포인트에서 웃으면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끝까지 몰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입니다. 동생은 미니언들이 몸개그 칠 때마다 자지러졌고, 저는 영화사 레퍼런스와 메타 개그에서 따로 웃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같은 장면을 함께 보고 있었습니다.
프랜차이즈의 일곱 번째 작품이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가장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는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2010년 슈퍼배드 1편 이후 프랜차이즈 최고작이라는 평도 있고, 저는 그 의견에 동의하는 쪽입니다. 미니언즈 & 몬스터즈, 유치할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다면 그냥 극장 가시면 됩니다. 나오는 길에 동생보다 더 신나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 참고: https://kr.ign.com/minions-monsters/15236/minieonjeu-monseuteojeu-rib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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