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디 2 리뷰 (액션 변화, 빌런 비교, 놀이공원 결전)
저는 노바디 2를 보기 전까지 "속편이 1편보다 잘 된 적이 있던가?" 하는 불신이 있었습니다. 유튜브 쇼츠에서 액션 클립이 자꾸 떠서 결국 참지 못하고 결제했는데, 다 보고 나니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생겼습니다. 완벽하진 않지만, 충분히 볼 만한 이유가 있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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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노바디2 공식포스터 |
액션 변화: 존 윅에서 데드풀로
1편 노바디를 떠올려 보면, 당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버스 안에서 벌어지는 격투 시퀀스였습니다. 땀에 절어서 숨이 턱 막히는 느낌, 주인공이 강하긴 한데 맞기도 하면서 진짜 사람처럼 싸우는 그 질감이 좋았습니다. 흔히 이런 스타일을 "그라운디드 액션(grounded action)"이라고 부르는데, 과장 없이 현실에 발을 디딘 것처럼 느껴지는 물리적 충돌 연출을 뜻합니다. 당시 존 윅 시리즈가 이 방식으로 큰 인기를 끌었고, 1편 노바디도 그 결을 따랐습니다.
그런데 노바디 2는 방향을 확 틀었습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 이번 액션은 데드풀 시리즈에 훨씬 가까웠습니다. 데드풀식 액션이란, 신체 일부가 날아가거나 폭발하는 장면을 유머로 포장해서 관객이 잔혹함보다 웃음을 먼저 느끼도록 설계된 스타일을 말합니다. 졸개 악당들이 죽는 방식이 하나하나 개그처럼 연출되어 있어서, 피가 튀는데도 징그럽다기보다 "저게 뭐야" 하고 픽 웃게 됩니다.
이런 변화를 이끈 건 감독 교체 때문입니다. 1편을 연출했던 일리야 나이슐러 대신, 이번에는 티모 타잔토가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타잔토는 과장된 연출과 독특한 카메라 앵글을 즐기는 스타일인데, 허치가 밴 안에서 샷건을 쏘는 장면을 바깥에서 독특한 시점으로 잡은 구도가 대표적입니다. 저는 이어폰을 끼고 봤는데 그 샷건 소리에 귀가 얼얼할 정도였습니다. 스타일리시하다고 볼 수 있지만, 1편이 가졌던 거칠고 묵직한 질감은 분명히 옅어졌습니다. 이 점에서 1편의 그 씁쓸한 아저씨 갬성을 좋아하셨던 분이라면 어떻게 느끼셨을지 궁금합니다.
각본 면에서는 존 윅 시리즈의 각본가 데렉 콜스태드와 아론 라빈이 다시 참여했고, 제작은 존 윅의 공동 감독 데이빗 레이치가 맡았습니다. 87노스 프로덕션(스턴트 전문 제작사)이 이번에도 함께하면서, 밥 오덴커크의 액션 장면은 여전히 믿음직스럽게 뒷받침됩니다.
빌런 비교: 샤론 스톤 vs 콜린 행크스
이번 영화에서 가장 기대했던 건 샤론 스톤의 빌런이었습니다. 렌디나라는 이름의 범죄 조직 보스 역을 맡았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스크린에서 엄청나게 위협적인 존재감을 뿜어낼 거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다소 경직된 인상이 강했습니다. "카리스마 빌런(charismatic villain)"이란 악당인데도 관객이 오히려 매력을 느끼게 만드는 캐릭터를 뜻하는데, 이번 렌디나 역은 그 경지까지 도달하지 못한 느낌이었습니다. 억지로 포스를 만들어내려는 느낌이랄까요. 완전히 몰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눈에 띈 건 콜린 행크스가 연기한 부패한 보안관이었습니다. 거만한 태도에 묘하게 웃긴 헤어스타일까지 더해져서, 등장할 때마다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실제로 제 경험상 이런 영화에서 빌런의 부하나 조연 악당이 더 생동감 있게 느껴지는 경우가 꽤 있는데, 노바디 2도 딱 그랬습니다. 존 오타즈가 연기한 인물과 행크스의 캐릭터가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구도도 소소하게 재미를 더했습니다.
주인공 허치를 연기하는 밥 오덴커크는 이번에도 시리즈의 중심을 흔들림 없이 잡아줍니다. 베터 콜 사울로 드라마 연기력을 증명한 배우이지만, 이번에도 그의 진짜 강점은 다른 데 있었습니다. 허치가 "하… 진짜 참으려고 했는데"라는 표정으로 눈빛이 바뀌는 순간, 저는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착한 아빠인 척 눈치 보다가 선 하나 넘으면 돌변하는 그 체념 섞인 분위기가, 오덴커크 특유의 따뜻한 눈매 때문에 더 설득력 있게 전달됩니다. 가족으로 돌아온 코니 닐슨, 게이지 먼로, 페이즐리 카도라스의 비중이 이번엔 더 늘어났고, 크리스토퍼 로이드와 RZA도 재등장합니다. 다만 RZA의 경우 약간 억지스럽게 끼워 넣은 느낌이 나는 건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빌런 비교를 정리해 보면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 샤론 스톤(렌디나): 스케일 크고 광기 넘치는 캐릭터를 목표로 했지만 경직된 연기로 몰입감이 다소 아쉬웠습니다.
- 콜린 행크스(부패한 보안관): 거만함과 유머가 절묘하게 섞여 오히려 기억에 더 남는 악당이었습니다.
- 존 오타즈(지역 조력자): 같은 사건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구도로 입체감을 더했습니다.
악당 구성이 조금만 더 탄탄했다면 영화 전체의 완성도가 한 단계 올라갔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여러분은 영화에서 빌런의 존재감이 재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친다고 보시나요?
놀이공원 결전: 이 영화의 진짜 하이라이트
영화 후반부 놀이공원 결전은, 솔직히 팝콘 먹다가 손이 멈출 정도였습니다. 저는 불을 다 끄고 큰 화면으로 봤는데, 미로 체험관과 볼풀, 워터슬라이드 같은 공간을 전장으로 활용하는 발상이 꽤 기발하게 느껴졌습니다. 나홀로 집에에서 케빈 맥컬리스터가 집 안에 함정을 파놓는 것과 비슷한 구조인데, 여기에 어른 버전의 살상력을 더했다고 보면 됩니다.
"세트피스(set-piece)"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특정 배경이나 장치를 중심으로 설계된 독립적인 액션 장면을 뜻하는데, 노바디 2의 놀이공원 시퀀스는 이 세트피스의 교과서 같은 예입니다. 공간마다 다른 함정과 싸움 방식이 이어지기 때문에, 단조로워질 틈이 없습니다. 볼풀 속으로 악당이 빠지는 장면은 숨이 막히는 연출로 기억에 오래 남았습니다.
티모 타잔토 감독과 촬영감독 캘런 그린이 함께 만들어낸 이 시퀀스는, IGN 리뷰에서도 영화의 피날레 결전으로 특별히 언급될 만큼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제가 직접 보니 그 평가에 충분히 공감이 갔습니다. 스토리는 뻔할지 몰라도, 이 장면 하나만큼은 "어떻게 저걸 생각했지?" 하는 감탄이 나왔습니다.
다 보고 나서 밤 11시가 다 됐는데 아드레날린이 가라앉질 않아서, 방에서 괜히 섀도복싱을 하고 베개에 펀치를 날렸던 게 생각납니다. 시험 기간에 스트레스가 쌓였을 때 이 영화 한 편이 가슴을 꽤 뻥 뚫어줬습니다. 스트레스 해소용 영화로서 이 놀이공원 씬의 역할은 생각보다 크다고 봅니다.
노바디 2는 1편의 그라운디드한 현실감을 좋아하셨던 분께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도파민을 충전하고 싶은 날이라면, 이만한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집에 혼자 있을 때 콜라 한 캔 따고 큰 화면으로 보는 것을 권합니다. 다음 편이 나온다면 빌런 쪽을 좀 더 다듬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놀이공원보다 더 기발한 공간에서 허치를 다시 볼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 참고: https://kr.ign.com/nobody-2/13687/review/nobadi-2-rib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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